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초록빛 가든과 사색의 산책로가 끝없이 이어지는 곳. 반포르엘의 정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도심의 요란한 풍경은 스러지고 이국적인 휴양지의 공기가 고요하게 밀려든다. 우측으로 홀수동들을 나란히 낀 채 곧게 직진하여 후문에 이르고, 그곳에서 급하게 왼쪽으로 몸을 꺾어 짝수동의 그늘을 따라 다시 천천히 나아간다. 이어 102동에서 103동을 향해 단지 사이를 가로 지르며, 그 가파른 숨결을 품은 채 단지 우측의 숨은 스팟들을 찾아 본다

아파트 정문에 선다. 눈앞에 메리어트호텔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거대한 윤곽이 코앞으로 들이닥친다. 백화점을 등지고 정문을 통과하면 우측으로는 101동 스카이북카페의 입구가 바로 보이고, 좌측으로는 워터폴가든이 물줄기를 쏟아내며 시원한 기운을 흘린다. 단지 안으로 이어지는 중앙 도로는 널찍하게 트여 있는데 그 길을 따라 몇십 미터쯤 걸어 나아가면, 좌측으로 ‘피스타가든’의 푸른 숨결이 불쑥 나타난다




‘정문앞에 신세계백화점이 바로 코 앞’ 동영상 보러가기
수경가든의 물빛을 중심에 두고 썬베드와 파라솔이 길게 펼쳐진다. 먼 외국의 고급 휴양지에서나 봄 직한 풍경이다. 늦여름의 뙤약볕 아래, 피서를 떠나지 못한 이라 할지라도 아파트 문밖으로 한 걸음만 내디디면 곧바로 이 시원한 안식처에 도달한다. 우측 대형 놀이터에서 놀다가 일어난 아이들이 물빛 가득한 수경 가든으로 몰려든다. 땀을 씻어내며 그늘에 모여 앉아 도란도란 속삭이는 그 넉넉한 풍경 위로, 저물어가는 하루의 평화가 소리 없이 내려앉는다



105동 앞에서 발길을 돌려 후문쪽으로 방향을 튼다. 길은 107동이 웅크린 단지의 막바지 끝자락에 닿는다. 그 경계의 건너편으로 반포르엘2차가 가깝게 모습을 드러낸다. 바깥사람들은 펜스 너머의 그곳과 이곳이 하나로 이어져 같은 울타리 안에서 숨 쉬고 커뮤니티를 나누는 줄로 착각하지만, 실상은 저마다의 경계로 매몰차게 갈라져 있다




그사이 발걸음이 산책로로 접어든다. 우측으로는 여전히 반포르엘2차의 펜스가 따라붙고, 좌측으로는 이 단지의 숨은 자랑인 미니 연못과 그 곁의 티하우스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연못의 잔잔한 수면 곁으로, 커피 한 잔의 온기를 나누며 숨을 고를 수 있는 소파와 테이블이 아기자기하게 제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다




티하우스의 온기를 뒤로하고 106동을 지나친다. 좌측으로는 커뮤니티 지하로 내려가는 전용 엘리베이터와 한 줌의 미니가든이 싱그럽고, 우측으로는 단지 안의 체육시설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기가 스쳐 간다. 그 길을 묵묵히 걷다 보면, 어느새 발걸음은 104동의 툭 트인 필로티 아래에 닿는다



104동의 시원한 필로티 그늘을 빠져나온다. 우측으로는 반포센트럴자이와의 경계를 가르는 좁은 소로길이 잠시 모습을 비추다 이내 멀어진다. 그 길을 따라 다시 묵묵히 직진하면, 마침내 하얀 국화가 싱그러운 생기를 피워 올리는 102동 앞 가든에 닿는다



102동에서 103동으로 단지의 가로축을 횡단하듯 가로지른다. 정면으로는 낡은 세월을 품은 신반포4차 아파트의 윤곽과 놀이터가 툭 던져지듯 시야에 걸린다. 발길을 우측으로 꺾어 101동의 필로티를 통과하면, 사방으로 툭 트인 통창을 두른 단정하고 깔끔한 차림의 어린이집이 얼굴을 내민다. 거기서 다시 좌측으로 꺾어 101동 필로티의 서늘한 그늘을 마저 가로질러 나가면, 아까 스쳐 지나간 그 놀이터가 문득 웅장한 몸피를 다시 한번 드러내며 발걸음을 붙잡는다




아크 모양의 둥근 정원 입구를 지나 발걸음을 옮긴다. 잠시 후, 105동 앞의 너른 대형 놀이터가 눈앞에 툭 불거진다. 우측으로는 낡은 세월의 신반포4차와 맞닿은 좁은 사이길을 옆에 낀 채 산책로를 묵묵히 걸어 나간다. 105동의 필로티 그늘을 직직해 지나면, 마침내 단지의 후문 앞을 배경으로 반포르엘2차 107동의 웅장한 자태가 한눈에 들어차며 시야를 압도한다



106동 인근, 반포르엘의 커뮤니티는 ‘르엘살롱’이라는 고유의 이름으로 불린다. 안으로 들어서면 한때 조·중식을 제공했던 지금은 카페 공간과 침묵이 깃든 고급스러운 독서실이 나란히 시야에 스며든다. 로비의 벽면은 ‘살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마치 어느 고요한 미술관의 서양화 전시장을 옮겨다 놓은 듯, 품격 있는 그림들이 묵묵히 걸려 우아하고 지적인 자태를 묵직하게 뽐낸다


아담한 체구의 피트니스 센터와 최첨단의 시설을 갖춘 스크린골프 연습장이 숨 가쁘게 들어차 있다. 그 짜임새는 반포의 그 어떤 아파트들과 견주어도 결코 모자람이 없으며, 오히려 작지만 알찬 속내로 묵직한 내실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신세계백화점의 지하 마켓에서 장바구니를 채우고, 저녁 끼니를 마친 뒤 남편과 나란히 단지 내 싱그러운 산책로를 걸어 나간다. 다리가 뻐근해지면, 은은한 물빛 곁의 티하우스에 앉아 저물어가는 붉은 석양을 가만히 바라본다. 아들은 요즘 눈을 반짝이며 재미를 붙인 피트니스에서 숨가쁜 호흡과 함께 PT트레이너의 매서운 가르침을 받고, 사우나의 따뜻한 물길 속에서 하루의 땀을 씻어내고 개운한 얼굴로 집으로 돌아온다. 하루의 피로가 씻겨 나가며 집안이 한층 더 아늑하고 정갈해지는 그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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