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7동 건너편, 묵직한 돌로 지어진 커뮤니티 지상 입구 ‘더 브릴리아’의 문을 연다. 엘리베이터가 지하 2층으로 미끄러지듯 내려간다. 문이 열리면 우측으로 농구와 배드민턴을 즐길 수 있는 넓은 다목적 체육관이 위용을 드러낸다. 체육관 문이 활짝 열리는 순간, 단지 내에서 이토록 거대하고 다채로운 체육 시설이 숨 쉬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다목적 체육관의 문을 나서자, 골프 공간의 안쪽이 열린다. 사설 골프장을 압도하는 최첨단 스크린 타석이 줄지어 서 있다. 타석의 뒤편을 걸으며 공간의 깊고 웅장한 볼륨을 더듬는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골프 락커의 금속성 디테일이 빛을 받는다. 아일랜드 섬처럼 홀로 솟은 퍼트 연습장 위로, 공을 굴리는 시간의 유희가 가만히 고여 있다


골프연습장 반대편, 화려한 대리석 홀 너머로 스포렉스급 피트니스가 가로놓인다. 안면인식 장치가 문을 지킨다. 처음엔 생소하던 그 차가운 눈동자에 남녀노소 모두가 자연스럽게 얼굴을 마주한다. 문이 열리지 않아 데스크 직원과 마주 선 어르신의 표정에서 아득한 카드키의 향수가 묻어난다



지하 3층, 새벽 여섯 시 문을 열기 전의 수영장은 고요하다. 그 물빛은 수영인들의 기다림 속에서 깊어간다. 수영장 옆 선큰가든에는 푸른 토네이도 모양의 조형물이 비스듬히 누워 있다. 원베일리 1편의 101동 앞에서 보았던 그 푸른빛과 닮은 모양새로, 공간에 청량한 긴장을 불어 넣는다




아파트 앞의 경계에서 사람들은 무심히 주춤거리지만, 이 단지는 굳게 닫힌 문을 걸어 잠그지 않고 원베일리 문주와 피카소 벽화의 지하보행로, 그리고 상가 앞 정문에 이르기까지 모든 길을 세상의 발걸음을 향해 너그럽게 열어 젖힌다. ‘공공보행통로’라고 적힌 하얀 입간판이 아파트와 외부의 팽팽한 경계를 부드럽게 지워내며, 거대한 단지는 저마다의 생채를 품은 주변의 복합시설들과 기꺼이 소리 없는 하모니를 이룬다

인바이트(INVITE)는 원베일리의 공공 개방 시설을 묶어 부르는 브랜드명이다. 이름은 ‘인바이트’, “초대한다”는 뜻이다. 스카이 커뮤니티, 독서실, 북카페, 지역창업센터등등 열세 곳이다. 그러나 처음 온 사람은 어느 길로 들어서야 할지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그 길과 문들을 지도 위에 그려 넣는다. 이미 ‘원베일리 공공보행통로편’에서 우측 라인을 짚어보았으니, 이제 지도의 우측 상단에서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동선의 결을 따라 걸어간다


비록 1층이나, 한강변을 내다보며 공부하는 스터디카페2는 서울 어느 ‘스카’에서 볼 수 없는 유일한 공간이다. ‘인터스텔라 11’의 11이 가리키듯, 스카이커뮤니티11(=스카이브릿지=스카이카페)에 닿으면 북카페가 겸용된 벽면 안내도가 눈에 든다


‘올댓재즈’는 귀에 익으나, ‘올댓북스’는 낯설다. 이 도서관에는 과연 어떤 개성 있는 책들이 숨어 있을까? 스카이커뮤니티 11의 엘리베이터 문을 나서자마자, 개성 있고 지적인 공간인 ‘올댓북스’가 가깝게 다가온다




스카이카페 9의 간판은 눈에 띄지 않으나, 동과 동을 잇는 스카이브릿지의 선이 곧 길을 일러준다. 102동의 ‘아트 아카이브’는 문화와 예술의 숨결이 머무는 조용한 갤러리다




원베일리의 가장 좌측 상단을 빠져나가자마자, 한강공원의 입구가 가깝게 열린다. 한강공원을 등지고 발걸음을 돌리면, 길 좌측으로 수변공원 인포센터와 지역동호회의 간판이 나란히 눈에 든다. 한강을 낀 이 공간에는 러닝크루나 사이클동호회 같은 뜨거운 발길들이 모여들고 있을 터이다




우측 길 건너편으로 아크로리버파크의 윤곽이 고개를 든다. 한강변이 가까운 까닭인지, 요즘은 보기 드문 킥보드 두 대가 길가에 덩그러니 서 있다. 그 길목에서 화사한 색채의 조형물들이 발걸음을 붙잡는다. 한강을 향해 바쁘게 스쳐 가는 사람들을 갤러리의 안쪽으로 유혹하듯, 알록달록한 이정표들이 소리 없이 웃고 있다




벽면의 ‘작은도서관’, ‘Children’s Library’, ‘어린이라운지’라는 표지들은 하나의 공간이 품은 여러 겹의 얼굴로 저마다의 결을 드러낸다. 그 안에서 어린이라운지는 요일마다 북클럽의 숨결이 스며들고, 아이들의 작은 손으로 교육용 보드게임이 펼쳐지는 생동의 터전으로 깊어간다



원베일리의 좌측 하단 끝자락에 닿으면 공공보행통로B의 문턱이 열리고, 그 안쪽으로 스터디카페 1이 자태를 드러낸다. 스터디카페 2에 비하여 규모는 훨씬 웅장하고, 길가에 바로 접해 있어 발걸음이 닿는 접근성이 돋보인다



그 곁으로 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와 반포2동 열린문화센터, 그리고 서울반포우체국이 차례로 이어진다. 재건축의 결을 따라 기부채납의 뼈대로 세워져 서울시에 안긴 공공의 터전들이다. 비록 ‘인바이트’의 이름을 비껴갔으나, 그 담담한 얼굴과 움직임은 서로 닮아 겹쳐진다



신반포로 대로변의 상가동을 지나 반포사거리에 닿자, 원베일리의 입구가 모습을 드러낸다. 스포렉스급 커뮤니티와 공공개방시설 ‘인바이트’를 가로질러 온 원베일리 3편의 여정은, 이 가을 하늘 아래 마침표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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